터틀넥의 화려한 귀환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즐겨 입고(엄밀히 말하면 하이넥에 가깝긴 하지만) 고전 배우 오드리 헵번, 그리고 마릴린 먼로도 폼 나게 입고 다니던 터틀넥이 유행하고 있다.

 

 

터틀넥의 유래

목을 따뜻하게 하여, 특히 추운 계절에 보온 효과가 뛰어난 터틀넥의 시초는 의외로 섬뜩하다. 중세 시대 기사들이 목에 크로스 형태로 쇠사슬을 착용하면서 잦은 마찰로 인해 심한 상처를 입곤 했는데 이에 대한 보호용으로 착안한 아이템이 바로 터틀넥이라는 것.

 

 

이렇게 시작된 터틀넥은 16세기 중반에 유행의 급물결을 탔고 이것은 남성 전유물이 아닌 여성에게까지 전이되었고 특히 러프라는 이름으로 여왕 및 귀족 계급의 애호품으로 재탄생하였다.

 

 

러프의 주름과 부피 정도는 신분을 나타내기 좋은 아이템이었으며 당연히 여왕은 과장된 러프를 목에 착용하였다. 당시에는 미학보다 권위가 더 중요했기에.

터틀넥의 거듭된 진화

 

 

그렇게 터틀넥은 변신과 진화를 거듭했고 1800년대 후반은 보다 다양한 변종이 탄생하였으며 보편화와 함께 노동자 계층은 이 따뜻하고 기능적인 터틀넥 디자인에 열광하였다. 또한 1860년대 영국의 폴로 선수들은 스포츠 유니폼으로 터틀넥을 입어서 이후 폴로 넥이라고 불리게 된다. 그리고 주춤하던 터틀넥의 인기는 1900년대에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데 이번에는 깁슨 걸 방식으로 산뜻하게 변신에 성공하였다. 그러다가 1920년대 이후 전쟁 기간 주로 남성들의 작업복 및 군복에 활용되면서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1940년대 이후 현재의 터틀넥으로 자리잡음

 

1940년대 이후부터는 현재의 터틀넥 모습으로 완전한 진화에 성공한다. 이 시대는 핀업 걸의 시대로 여배우들이 몸에 딱 붙는 스웨터를 입으며 섹시함을 발산하였는데 이들을 가장 열광적으로 따라한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십대들이었다. 정확하게는 여성들 중심으로 스웨터 룩이 유행하였다. 그래서 1950~60년대 서양의 패션 스타일을 보면 죄다 스웨터에 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터틀넥을 겁나게 멋있게 소화한 배우가 있었는데 바로 오드리 헵번이 입고 나온 터틀넥이었다. 검정색의 터틀넥을 입은 오드리 헵번은 섹시함도 거리가 멀어 보였고 향수에 젖은 노스탤지어 룩도 아닌 모던함이었다. 그녀가 스키니 한 체형에 스키니 한 팬츠를 입고 스키니 한 터틀넥을 입은 모습은 시크 그 자체였다. 물론 그녀는 이 스타일을 영화 속이 아닌 일상에서 즐겨 입었기에 대중은 더 열광했다.

그렇게 단지 예쁜 배우가 예쁘게 입고 다닌 터틀넥이 1970년대가 되면서 갑자기 페미니스트의 유니폼으로 정착하고 말았다. 뭔가 헵번의 모습에서 독립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 아이템이 여성평등운동에 일조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페미니즘의 상징템이 되기 시작한 터틀넥

 

 

그렇게 터틀넥은 멋 부리기 좋은 패션 아이템이 아닌 혁명적 투사 유니폼으로 변질되면서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옷장에 갇히게 된다. 그러더니 2000년대 초반 스마트 혁명을 맞이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섹시함도, 모던함도, 페미니스트의 상징도 아닌 그냥 인간 스티브 잡스의 종속 노예가 되었다. 청바지에 블랙 터틀넥은 스티브 잡스를 오마주하고 싶어서 입고 다닌 사람은 있을지언정 결코 멋스러워보여서 입고 다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냥 멋과 무관하게 편하게 보였던 스타일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입던 스타일은 그의 죽음과 함께 유행도 시들해졌다.

2017년 이후 새로운 유행템으로 등극

그러다가 무슨 일인지 2017년 이후로 터틀넥이 새로운 패션 유행 아이템으로 귀환하였다. 터틀넥은 질감, 색감, 디자인 등 보다 다채롭고 개성 강한 스타일로 멋스러워졌고 그것의 인기는 2022년에도 지속될 조짐이다. 복고풍 유행이 계속되는 한 내로라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꾸준히 신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