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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이 진정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은 바로 그것을 소지한 인물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정교한 공정과 최고급 소재로 만들어진 가방이라 해도, 그것을 들고 다니는 사람의 아우라와 결합될 때 비로소 시대를 초월한 명품의 반열에 오른다. 193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명품백과 셀럽의 만남은 언제나 눈부신 서사를 만들어 왔다.
1930~50년대 명품백 아이콘의 탄생
명품백과 셀럽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30년대부터다. 1930년 루이비통이 출시한 스피디백은 당초 여행용 가방으로 디자인되었으나, 1950년대 오드리 헵번이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면서 그 가치가 극대화되었다. 영화 '사브리나'와 '로마의 휴일'로 전 세계적 스타가 된 헵번의 타임리스한 우아함이 이 가방에 투영되면서, 스피디백은 단순한 여행용 가방을 넘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935년 에르메스가 출시한 '쏘백(Sac à dépêches)'은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1956년 임신 사실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라이프 매거진 커버에 그레이스 켈리가 이 가방을 든 모습이 실리면서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이 가방을 '켈리백'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에르메스는 1977년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할리우드 스타에서 왕비로 변신한 그레이스 켈리의 동화 같은 스토리와 함께, 켈리백은 여성들의 꿈의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1960~70년대 정치와 패션의 만남
1960년대에는 패션과 정치적 영향력이 결합된 아이코닉한 순간들이 탄생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미국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이혼 후 오나시스 여사가 된 후까지 구찌의 호보백을 애용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녀의 세련된 이미지는 이 가방의 인지도를 전 세계적으로 높였고, 구찌는 후에 공식적으로 이 모델을 '재키 1961'로 리브랜딩했다. 이 시기에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셀럽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1968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자신의 뮤즈로 삼았고, 드뇌브가 들고 다닌 이브 생 로랑의 가방들은 당대 여성들의 로망이 되었다. 특히 영화 '벨 드 주르'에서 그녀가 사용한 생 로랑의 가방은 프랑스 부르주아 세련미의 상징이 되었다.
2000~2010년대 잇걸의 시대
2000년대 초반은 패션과 셀레브리티 문화가 결합된 '잇걸(It Girl)' 문화의 전성기였다. 2001년 마크 제이콥스가 디자인한 루이비통의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백은 영화감독이자 패셔니스타였던 소피아의 이름을 딴 제품이었다. SC백으로도 불리는 이 가방은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일상에서 자주 착용하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케이트 모스의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과 이 백의 미니멀한 디자인의 조합은 2000년대 초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시기 마크 제이콥스는 모델 제시카 스탐에게서 영감을 받아 '스탐(Stam)' 백을 디자인했다. 출시 직후 '5초 백'이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니콜 리치, 린지 로한 등 당시 유명 셀럽들이 앞다투어 착용했다.
2000년대 중반, 영국 패션 브랜드 멀버리는 모델이자 TV 진행자였던 알렉사 청의 이름을 딴 '알렉사(Alexa)' 백을 출시했다. 알렉사 청의 영-브리티시 스타일과 결합된 이 백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멀버리는 영국의 로컬 브랜드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대 초반,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은 셀럽들의 영향력을 더욱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만들었다. 케이트 미들턴은 2011년 윌리엄 왕자와의 결혼 이후 영국 브랜드 뮬베리의 다양한 모델을 착용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특히 그녀가 공식 행사에서 착용한 뮬베리의 '베이스워터(Bayswater)' 백은 출시 후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이는 '케이트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이 효과는 2018년 메건 마클에게도 이어져 '스트라다이베리(Strathberry)' 백이 유명해지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1989' 시대와 '레퓨테이션' 시대를 거치며 버버리의 '더 벨트(The Belt)' 백을 자주 착용했다. 그녀의 영향으로 이 백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버버리는 이후 그녀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테일러가 특정 버버리 백을 착용한 후 해당 모델의 온라인 검색량은 평균 113% 증가했다.
2010년대 후반에서 2020년대 한류와 다양성 시대
2010년대 후반부터는 글로벌 셀럽의, 특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셀럽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2015년 리한나가 디올의 첫 흑인 여성 앰배서더로 발탁된 것은 럭셔리 패션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녀는 디올의 '디올라마(Diorama)' 백과 '레이디 디올' 백을 자주 착용했는데, 특히 2016년 출시된 '디올 어딕트(Dior Addict)' 백은 그녀의 영향으로 젊은 소비자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 분석 플랫폼 태그워크(Tagwalk)에 따르면, 리한나가 디올 제품을 착용한 후 해당 제품의 온라인 검색량은 평균 172% 증가했다.
글로벌 K-pop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는 2018년 샤넬의 한국 앰배서더로 발탁된 후, 2019년에는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젊은 세대에게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과 가브리엘 백을 알렸다. 제니의 영향력은 '제니 효과'라고 불릴 만큼 강력해서, 그녀가 착용한 샤넬 백은 종종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디지털 컨설팅 회사 라플루언스(Launchmetrics)에 따르면, 제니가 샤넬 제품을 착용한 소셜 미디어 포스트는 평균 166만 달러(약 18억 원)의 미디어 임팩트 밸류(MIV)를 창출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Z세대를 대표하는 셀럽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모델 카이아 거버는 2020년 생로랑의 '카이아(Kaia)' 백의 뮤즈가 되었다.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딸인 카이아는 Z세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그녀의 이름을 딴 이 백은 출시 직후부터 젊은 소비자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에서 #KaiaBag 해시태그는 출시 첫 달에만 10만 건 이상 사용되었으며, 생로랑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출시 첫 시즌 판매량은 예상치의 3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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