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아이콘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나는 좋은 여자 역할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착한 여자들은 흥미롭지 않으니까요.”
이 강렬한 말은 헐리우드의 전설, 베티 데이비스(Bette Davis)의 유명한 명언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100편이 넘는 영화 속에서 '착한 여자'의 틀을 벗어난 인물들을 연기하며 스크린을 지배했습니다. 눈썹을 치켜올린 채 담배를 피우던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

1. 반항과 도전으로 시작된 여정

1908년 매사추세츠주 로웰에서 태어난 베티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성장한 그녀는 일찍부터 강인한 여성상에 매료되었습니다. 연기를 처음 접한 것은 쿠싱 아카데미 시절.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무대 연기를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1920년대 미국에는 체계적인 연기 교육 시스템이 존재했습니다. 이처럼 일찍부터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 점은 미국이 세계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기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베티 데이비스의 연극 무대 사진

 

2. 브로드웨이에서 헐리우드로: 치열한 생존기

뉴욕의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베티는 1929년 브로드웨이 연극 브로큰 디시스로 이름을 알렸고, 곧 헐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유니버설 픽처스와의 첫 계약, 그러나 혹평. “재능도, 매력도 없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32년 워너 브라더스로 이적한 뒤, 마침내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만났고, 곧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3. '나쁜 여자'의 성공신화

1934년 영화 *인간 노예(Of Human Bondage)*에서 천박하고 무정한 웨이트리스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첫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릅니다. 이는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당시 여성상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1935년 데인저러스로 첫 아카데미상을, 1938년 제저벨로 두 번째 오스카를 수상하며, 데이비스는 '문제적 여성' 캐릭터의 아이콘이 됩니다. 그녀는 단순히 '예쁜 얼굴'이 아닌, 복잡하고 도전적인 여성의 내면을 스크린 위에 재현했습니다.

 

제저벨 포스터와 인간노예 베티 데이비스

4. 스튜디오 시스템에 맞선 독립 정신

베티 데이비스는 연기뿐 아니라 제작 시스템에도 도전했습니다. 스튜디오의 배역 선택과 제약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워너 브라더스를 떠나며 자신만의 길을 걷습니다. 1955년 버진 퀸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를, 1961년에는 이구아나의 밤으로 다시 브로드웨이 무대에 복귀하며 배우로서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특히 1962년 왓 에버 해픈드 투 베이비 제인에서는 한때의 명성과 현재의 광기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또 한 번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습니다.

5. 마지막까지 배우로 살다간 전설

1980년대에도 그녀의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70년대에는 TV 출연으로 에미상을 수상했고, 1977년에는 미국영화협회 평생공로상을 받았습니다. 1989년 10월, 그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81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제 참석 후 귀국길이었다는 점은 그녀가 얼마나 영화와 일체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

 불멸의 유산: 규범을 깨뜨린 여성 배우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이 말처럼 베티 데이비스는 헐리우드의 경계를 허물고, 여성 배우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한 선구자였습니다. 그녀는 단지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시대의 틀을 넘어선 연기자, 그리고 독립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산 인간 베티 데이비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